빚내서 건전성 방어하는 보험업계…상반기 채권발행 7兆 넘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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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반기 보험사가 발행한 채권 규모가 7조원을 웃돌 전망이다. 올해 건전성 악화가 본격화되자 자본확충에 박차를 가하는 모습이다.

3일 한국예탁결제원에 따르면 지난달까지 보험사가 국내서 발행한 자본성증권(후순위채, 신종자본증권) 규모가 4조7250억원으로 전년 동기(5000억원) 대비 9배 이상 증가했다. 해외에선 지난달 동양생명이 5억달러(한화 약 7000억원) 규모 외화채권을 발행한 바 있다.

이에 더해 한화생명과 신한라이프는 각각 10억달러(약 1조4000억원) 신종자본증권과 5000억원 후순위채 발행을 준비하고 있다. 상반기 보험사가 발행한 채권 규모가 7조3000억원에 달할 것으로 예상된다.

작년 한해 보험사 채권 발행 규모가 8조6650억원으로 연기준 최고를 경신했다는 것과 비교하면, 올해는 반년 만에 작년 총액 80%를 채우는 셈이다.

보험사들이 채권 발행에 속도를 내는 건 올해 자본 건전성에 하방 압력이 가중되고 있기 때문이다. 지속되는 기준금리 인하에 건전성 규제 강화까지 겹치며 자본 관리에 비상이 걸렸다.

빚내서 건전성 방어하는 보험업계…상반기 채권발행 7兆 넘는다

실제 올해는 대형 보험사들도 건전성비율(지급여력·K-ICS비율)이 급감하고 있다. 한화생명은 지급여력비율은 작년말 163.7%에서 올 1분기 154.1%까지 악화돼 금융당국 권고수준(150%)에 근접했다. 교보생명은 경과조치 전을 기준으로 1분기 건전성비율이 145.8%를 기록해 권고치를 하회하고 있다.

이에 보험사들이 채권을 발행해 급한 불을 끄고 있지만 향후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보험업법상 자본성증권은 만기가 10년 이상으로 길고 차환을 조건으로 발행되는 특성을 고려해 일부를 자본으로 인정하고 있다.

문제는 무리한 채권 발행이 장기적인 관점에서 보험사 비용지출 증가와 자본의 질 악화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이다. 올해 국내서 보험사가 발행한 채권으로 인해 발생하는 이자비용만 연간 2000억원을 웃돈다.

최근엔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2.5%까지 하향했고, 하반기 추가 인하 가능성까지 점쳐지면서 보험사 건전성이 더욱 악화될 것으로 관측된다. 통상 시장금리가 하락하면 보험사 부채가 증가해 지급여력비율이 악화된다.

한 보험사 관계자는 “건전성 악화에 대비해 업계 전체가 자본확충을 추진하는 분위기”라며 “금융감독원이 기본자본지급여력비율 규제 도입까지 예고한 상황이기에 세밀한 관리가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한편 지난 3월 금감원은 기본자본지급여력비율을 새 자본규제 지표로 도입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채권발행이 아닌 실질적인 자본확충을 유도해 보험사 자본의 질을 개선한다는 목표다.

박진혁 기자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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