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그룹이 '소프트웨어 중심 자동차(SDV)' 양산을 서두르는 것은 미래차 시장에서 주도권을 잡으려는 전략이다.
글로벌 시장조사업체 마켓앤마켓은 SDV 시장이 2028년 4197억 달러(약 580조원)까지 급증할 것으로 전망했다. 연평균 성장률은 9.15%에 이른다.

◇현대차그룹 SDV 첫 모델은 'PBV'
현대차그룹이 SDV를 적용할 첫 모델로 PBV를 낙점했다. 자체 개발한 SW 운영체제(OS) '플레오스 OS'를 탑재한 PBV SDV 페이스카(시험차)를 200~300대 제작하고, 내년부터 기술 검증에 돌입한다.
PBV를 양산형 모델로 선택한 것은 특정 목적에 따라 기업간거래(B2B) 등 비즈니스 용도로 공급되는 PBV가 일반 승용차보다 SDV 선행 기술 상용화에 적합하다는 판단에서다.
SDV 양산차는 설계를 단순화하고 고가의 제어기, 라이다 등 가격을 절감해 제조 원가를 크게 줄일 수 있다.
현대차그룹은 SDV 생태계 조성을 위해 삼성전자와 구글, 네이버, 쏘카 등 국내외 기업과 협력도 강화한다. 앞서 현대차그룹과 네이버는 파트너십을 맺고 SDV에 네이버 앱과 지도를 탑재하기로 했다.
향후 전기차와 자율주행차, 로보틱스 역시 SDV 기술 확보가 승부처가 될 전망이다. 운전자가 필요 없는 레벨 4 수준의 완전 자율주행 구현에도 SDV 기술은 필수 요소다. 현대차그룹은 구글과 우버, 아마존 등과 로보택시 파운드리(위탁생산) 등 글로벌 기술 협력을 추진하고 있다.
정구민 국민대 전자공학부 교수는 “SDV는 SW를 통해 차량 가치를 최신으로 유지하고 부가 수익을 창출하게 한다”며 “완성차는 기존 패러다임 대신 SW 업데이트를 통해 차량 가치를 높이고 소비자에 대한 선호도를 극대화할 수 있도록 역량을 강화할 것”이라고 말했다.
◇SDV 헤게모니 쟁탈전 고조
SDV 시장을 둘러싼 글로벌 완성차간 경쟁은 갈수록 격화될 전망이다. 테슬라와 BYD 등 전기차 기업은 자체 OS를 적용한 SDV 방식으로 차량을 개발하고 있다.
전통 완성차로 분류되는 현대차그룹은 자체 OS '플레오스 OS' 기반 양산차 출시 계획을 밝혔고, 벤츠는 'MB.OS'를 기반으로 전동화 모델 생산 계획을 공개했다. 토요타는 '아린 OS' 기반 SDV 개발을 본격화하고 있다. 볼보 역시 자체 OS를 활용해 세단에 이어 스포츠유틸리티차(SUV)까지 SDV 제품군을 확대한다.
자율주행 시대 소프트웨어(SW)를 확보하지 못한 완성차 기업은 기술 경쟁력 면에서 크게 뒤처질 수밖에 없다. 이미 테슬라와 BYD 등 미·중 신생 전기차 기업이 SDV 시장을 선점한 가운데 현대차그룹을 비롯한 토요타, 메르세데스-벤츠, 볼보 등 전통 완성차 기업들이 SDV 연구개발(R&D)에 사활을 거는 이유다.

김지웅 기자 [email protected], 정치연 기자 [email protect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