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철강·알루미늄 제품에 부과한 25% 품목별 관세를 오는 4일(현지시간)부터 50%로 두 배 인상한다고 밝혔다. 법원이 제동을 건 '상호관세' 부과에 대해선 '플랜B'를 가동해 강행키로 했다. 중국·유럽연합(EU)과의 협상이 부진해지자 관세를 무기로 더 강하게 압박하는 모양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달 30일 외국산 철강 제품에 대한 관세를 기존 25%에서 50%로 인상하겠다고 말했다. 이어 알루미늄에도 같은 수준의 관세 인상을 적용하겠다고 발표했다.
이 같은 조치는 오는 4일부터 시행된다. 이에 따라 우리 철강업계도 영향이 불가피해졌다. 우리 철강업계와 한국무역협회 등에 따르면 지난해 한국의 전체 철강 수출액 가운데 미국 비중은 약 13% 수준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또 미국연방 국제통상법원 재판부가 국제비상경제권한법(IEEPA)에 근거한 '상호관세'가 의회 권한을 침해했다고 무효 판결을 한 것에 대해 “너무 정치적”이라며 비판했다. 백악관은 재판부 판결 직후 곧바로 항소, 미국연방 항소법원은 항소심 심리가 진행되는 동안 해당 판결의 효력을 일시 중단하라고 명령했다.
항소법원 판결로 상호관세 부과를 계속할 수 있게 됐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이에 그치지 않고 최종 대법원 패소를 대비해 1974년 무역법을 활용하는 '플랜B'를 준비하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트럼프 행정부는 상호관세를 부과할 새로운 법적 권한으로 1974년 무역법 122조와 301조를 검토 중이다. 무역법 122조는 '크고 심각한 국제수지 적자' 해결을 위해 최대 15%의 관세를 150일 동안 부과할 수 있도록 허용한다. 이를 근거로 관세를 부과해 시간을 번 뒤 같은 법 301조를 적용해 상대국에 관세 부과를 추진한다는 것이다. 301조는 미국에 불공정하고 차별적인 무역 관행을 취하는 교역국에 관세 등 광범위한 보복 조치를 할 수 있도록 규정한다.
트럼프 대통령의 이런 행보는 중국, EU를 비롯해 상대국과의 무역협상이 뜻대로 진행되지 않고 있다는 것을 방증하기도 한다. 미국은 중국과 스위스 제네바에서 협상을 하고 상대에 대한 관세를 대폭 인하했지만, 서로 합의를 이행하지 않는다며 충돌하고 있다.
미 무역대표부(USTR)는 “중국이 제네바 합의에서 약속한 희토류 수출 재개를 이행하지 않고 있다”고 주장했다. 중국은 “미국이 먼저 반도체·항공기 부품 등의 수출을 통제하며 합의를 어겼다”고 반박했다. 미국 상무부가 중국 화웨이 인공지능(AI) 반도체(칩) '어센드' 사용에 제약을 가하자, 희토류 수출 통제 조치를 해제할 의지를 약화시켰다고 덧붙였다.
EU도 미국의 철강·알루미늄 관세 상향 예고에 보복하겠다고 밝혔다. 로이터 통신에 따르면 EU 집행위원회 대변인은 “우리는 미국이 철강 수입 관세를 25%에서 50%로 인상한 것을 매우 유감스럽게 생각한다”면서 이 같이 밝혔다.
안영국 기자 [email protect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