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공약 톺아보기]〈12〉'R&D·처우·거버넌스'…과학기술 공약 비교분석

6·3 조기대선을 앞두고 '과학기술'이 국가경쟁력 확보의 핵심 의제로 부상하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국민의힘 김문수, 개혁신당 이준석 후보는 모두 과학기술 강국 실현을 주요 공약으로 내세우며, 연구개발(R&D) 예산 확대, 과학기술인 처우 개선, 과학기술 거버넌스 개편 등을 내걸었다. 각국 기술패권 경쟁이 치열해지며 세 후보 모두 과학기술의 중요성과 미래 준비를 강조하고 있지만, 각론으로 들어가면 세부 정책 설계에서 뚜렷하게 갈린다.

왼쪽부터 지난 12일 청계광장에서 출정식에 나선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 여의도 당사에서 출정식을 가진 김문수 국민의힘 대선 후보, 국회에서 선거 구상 발표하는 이준석 개혁신당 대선 후보. 
 이동근기자 foto@etnews.com·연합뉴스
왼쪽부터 지난 12일 청계광장에서 출정식에 나선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 여의도 당사에서 출정식을 가진 김문수 국민의힘 대선 후보, 국회에서 선거 구상 발표하는 이준석 개혁신당 대선 후보. 이동근기자 [email protected]·연합뉴스

◇ 과학기술인 처우 개선…'권한·복지·명예' 해법 셋

세 후보는 공통적으로 지난 윤석열 정부에서 발생한 R&D 예산 삭감의 후유증을 치유하고, 과학기술인의 자존감 회복에 집중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이재명 후보는 이공계 학생과 박사후연구원(PD)에 대한 지원 확대를 전제로, 연구 몰입 환경 조성과 자율·장기·창의적 연구 수행 시스템 구축을 공약했다. 특히 정책 수립·기획·평가에 현장 연구자 참여를 보장해 실질적 권한을 강화하는 데 무게를 두고 있다.

김문수 후보는 '과학기술기본법' 개정을 통해 과학기술인의 법적 지위와 권리를 보장하고, 연구 연봉 인상과 자녀 교육·주거를 포괄한 복지 패키지, 특임연구원 제도 등을 통해 생애주기 전반의 처우 개선을 약속했다. 특히 대학원생 연구생활 장려금 예산을 현재의 2배인 최대 1,200억 원까지 확대하고, 우수 석·박사생 장학금을 현재의 10배인 1만 명에게 지급하겠다고 밝혔다.

이준석 후보는 명예 기반의 보상체계를 앞세운다. SCI급 논문 게재자, 주요 수상자 등에게 월 최대 500만 원의 '성과연금'을 지급하고, 출입국 패스트트랙 같은 사회적 예우를 도입해 '국가과학영웅'으로서의 위상을 제도화하겠다는 구상이다.

[대선공약 톺아보기]〈12〉'R&D·처우·거버넌스'…과학기술 공약 비교분석

◇“R&D 투자 확대 한 목소리”...투자 방향성에선 차이

R&D 예산 확대도 세 후보 모두 강조하는 핵심 공약이다. 김문수 후보는 “R&D 예산을 국가 예산의 5% 이상으로 확대하겠다”고 공언하며, 재정 확대의 강한 의지를 드러냈다. 국가전략기술 예산은 5년 내 10조 원 규모로 확대하고, 예비타당성조사(예타) 면제를 법제화하며 연구 착수 기간을 단축하겠다는 계획이다. '성실 실패'의 연구도 자산으로 평가하겠다는 유연한 평가제도도 특징이다.

이재명 후보는 R&D 예산 확대 의지는 밝혔으나 구체적인 예산 비중은 제시하지 않았다. 기초·원천 분야의 안정적 투자와 함께 인공지능(AI), 바이오·헬스케어, 방위·항공우주, 에너지, 제조업 등 국가첨단전략산업 중심의 R&D에 집중 투자하겠다는 방침이다. 특히 지역거점 국립대·과기원·해외대학 간의 연계와 자율 R&D 체계 구축, 벤처 창업 연계 등 실용적인 투자 방안을 제시했다. 또 지자체에 R&D 투자 자율성을 부여하는 '지역 자율 R&D'를 추진하겠다고도 약속했다.

이준석 후보는 '연구자 중심의 자율성'에 무게를 둔다. 기초과학 투자 확대를 전제로 관료 개입 최소화, 연구자 주도 R&D 확산을 핵심 방향으로 제시했다. 정치적 유행을 쫓는 특정 산업 기술로의 투자 편향은 경계했다. 기초-응용-사업화 전환의 유연성을 보장하는 구조 개편도 병행하겠다는 입장이다.

◇거버넌스 개편 필요성 대두…'과기부총리' 신설 공방

과학기술 거버넌스를 둘러싼 논쟁도 다시 수면 위로 떠올랐다. 특히 '과학기술부총리' 신설을 두고 공방이 이어지고 있다.

김문수 후보는 'AI·과학기술·정보통신 부총리' 신설을 공약하며, 과학기술 정책·예산을 총괄할 통합 지휘 체계 구축을 제안했다. 전문성이 있는 부총리를 신설해 효과적인 자원 배분을 통해 예산의 중복과 누락을 방지하겠다는 것이다. 또 글로벌 과학외교 강화를 위한 '과학특임대사' 도입도 함께 내세웠다.

반면 이재명 후보는 이번 대선에선 해당 공약을 전면에 내세우지 않고 있지만, 지난 대선에선 과기부총리 신설을 공약한 바 있다. 민주당은 김 후보의 공약에 대해 “이재명 후보의 과학기술부총리제 공약을 그대로 베낀 커닝 공약”이라며 “R&D 예산을 삭감했던 국민의힘이 과기부총리를 말하는 것은 진정성이 결여됐다”고 비판했다.

이준석 후보는 별도의 부총리보다는 국가과학기술자문회의를 중심으로 한 일관성 있는 정책 집행 시스템을 강화하겠다는 입장이다.

박재민 건국대 기술경영학과 교수는 “이번 대선은 후보들이 과학기술을 단순 '기술 산업'이 아닌 국정 전략의 중심축으로 본다는 점에서 이전과 결이 다르다”며 “정치 논리를 넘어, 실현력 있는 이행 방안이 관건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성현희 기자 [email protected]



OSZAR »